'K-원자력 추진선' 상용화 첫 관문 넘었다
2026-07-16
[에너지신문] 용융염원자로(MSR)를 적용한 대형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이 국제 선급의 기본승인(AiP)을 획득하면서 국내 원자력 추진 선박 기술이 상용화를 향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국제 해운시장에서 원자력 추진선이 차세대 대안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원자력·조선 기술의 결합이 본격적인 경쟁력을 입증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6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삼성중공업과 공동 개발한 용융염원자로(MSR) 기반 1만 5000TEU급 컨테이너선 개념설계가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기본승인(Approval in Principle, AiP)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AiP는 새로운 선박이나 기술의 개념설계가 국제 안전기준과 선급 규정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절차다. 특히 아직 국제 기준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원자력 추진 선박 분야에서는 기술적 타당성과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SMR 추진 컨테이너선 개념도(출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이번 설계의 핵심은 기존 선박 엔진 대신 용융염원자로(MSR) 2기를 추진 동력으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MSR은 핵연료와 냉각재가 혼합된 용융염을 사용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한 종류로, 높은 안전성과 우수한 열효율을 갖춘 차세대 원자로 기술로 평가된다.
설계에는 두 기의 SMR을 이중화해 출력을 분담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남는 전력을 저장하거나 필요 시 공급하는 전력 운영 체계가 적용됐다. 이를 통해 원자로 출력과 선박의 전력 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추진 성능을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선체 설계도 원자력 추진선의 특성을 반영했다. 최고 25노트 운항이 가능한 고속 선형을 적용했으며,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원자로를 선체 중앙에 배치했다. 확장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1만 5000TEU급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기존 연료탱크와 배기가스 배출용 연돌을 제거해 화물 적재 공간을 늘렸다. 방사선 차폐와 승무원 안전, 선박 운항 시 시야 확보 기준도 함께 고려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관별 전문성을 결합해 추진됐다. 원자력연구원은 해양용 용융염원자로(MARINA) 개발을 맡았고, KRISO와 삼성중공업은 선형 설계와 원자로 배치, 전력 운영 및 제어 기술 개발을 각각 담당했다.

▲SMR 추진 컨테이너선 AiP 수여식에서 패트릭 라이언 ABS 최고기술책임자(CTO), 홍기용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장, 조진영 원자력연구원 선진원자로연구소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참여 기관들은 앞으로 원자로와 선박 간 인터페이스를 구체화하고 실제 운항 환경을 반영한 안전성 검증과 설계 고도화, 핵심 기술 실증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정책 강화로 해운업계에서는 암모니아, 수소와 함께 원자력 추진 기술이 장기적인 무탄소 선박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국제 규제 체계 마련과 항만 입항 기준, 방사선 안전 규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번 AiP 획득은 실제 원자력 추진 상선 건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연구기관과 조선업계가 원자력 추진 선박의 기본 기술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실증과 국제 규제 정비가 이어질 경우 한국이 차세대 원자력 추진선박 시장 선점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 에너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