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식 전력·용수 공급계획,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2026-07-16
[에너지신문] AI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정부의 대규모 전력·용수 공급 계획이 실제 수요를 과대 전망했으며, 기후위기 대응과 재정적 측면에서 전면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서왕진·염태영·정혜경 의원과 에너지전환포럼·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물·에너지 라운드테이블'을 공동 개최하고, 국가 수요예측의 신뢰성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의 현행 '공급 확대' 중심 정책이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적 한계와 산업 전환의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요관리와 유연성' 중심의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물·에너지 라운드테이블' 토론회가 열렸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과대 전망'..."화석연료 회귀 빌미 우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데이터센터 수요를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석 위원은 "반도체 효율이 2년마다 2배씩 개선되고 초소형·분산형 에지컴퓨팅으로 선회하는 추세인데도 대규모 전력 소비 전망을 고집하는 것은 1990년대 닷컴버블 당시의 화력발전 확대 논리와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외 기업 임대용 데이터센터를 위해 국내 전력망을 무작정 내어주는 것은 국내에 막대한 환경적·경제적 부담만 떠넘기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언 기후넥서스 대표 역시 "12차 전기본 발표 후 불과 두 달 만에 최대 전력수요의 20%에 달하는 추가 수요가 새롭게 제시됐다"며 "이처럼 불확실한 수요를 핑계로 LNG와 원전 등 전통 발전으로 회귀하는 것은 국가 기후 목표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가뭄 리스크 빠진 용수 계획..."수도꼭지 잠길 수도" 경고
수자원 공급 계획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두 번째 발제자인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하루 65만톤의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집중 분석했다.
최 소장은 "정부의 공급안은 극한 가뭄 리스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평상시 여유량만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유역의 공급 가능량을 고려한 유역 차원의 취수허가제도를 통해 엄격한 사전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기영 전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의 '선(先) 개발계획 발표, 후(後) 인프라 지원'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물 공급 인프라를 먼저 검토한 뒤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방식을 법제화하지 않으면, 극한 가뭄 시 민생 용수까지 위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률 건화 부사장은 갈등을 유발하는 무리한 댐 증설 대신 "파편화된 물 관리 시설을 AI와 디지털 트윈으로 최적화하고, 광주 하수재이용 사업을 주수원으로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기업의 '워터 포지티브' 책임과 공급 정보 투명성 확보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분별한 공급 정책 이면에 감려진 절차적 투명성과 대기업의 책임 의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태호 강원대 교수(국가물관리위원회 계획분과위원장)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업은 단순히 물을 공급받는 수혜자를 넘어선 주체"라며 "자신이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유역에 되돌려주는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원칙을 기업이 직접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는 "정부는 용수 65만톤 공급이 가능하다는 결론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수리권 조정이 농업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산업의 요구에 공급을 맹목적으로 맞출 것이 아니라, 유역의 생태적 한계 안에서 산업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국가 계획의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에너지신문